같은 픽업인데 소리가 다르다 — ‘권선 굵기’ 때문입니다
픽업 스펙 시트에 DCR(직류 저항) 수치가 있는데, 같은 DCR인데도 브랜드마다 소리가 다르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권선(코일을 감는 구리 와이어)의 굵기, 즉 AWG(American Wire Gauge) 번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AWG 숫자가 클수록 와이어가 가늘어집니다 — 42AWG(지름 약 0.063mm), 43AWG(약 0.056mm), 44AWG(약 0.050mm) 순으로 얇아집니다.
이 글에서는 세 게이지가 DCR, 인덕턴스(L), 공진 피크(resonant peak), 정전 용량(C)에 각각 어떤 영향을 주는지 측정 데이터 기반으로 정리합니다.
통념 A — “DCR 이 높을수록 출력이 세다”
DCR(직류 저항) 은 코일에 직류 전류를 흘렸을 때 측정되는 저항값입니다. 픽업 코일은 얇은 구리 와이어를 수천 회 감아 만드는데, 와이어가 가늘수록(AWG 숫자 클수록) 단위 길이당 저항이 올라갑니다.
같은 권선 수(turns) 기준으로 각 게이지의 DCR 차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권선 수 고정 시 AWG별 DCR 비교 (싱글코일 기준, 약 9,000 turns)
| AWG | 와이어 지름 | 단위저항 (Ω/m, 20°C) | 예상 DCR (kΩ) | 특징 |
|---|---|---|---|---|
| 42 | 0.063 mm | 약 342 Ω/m | 약 5.5~6.2 | 표준 굵기, 감기 쉬움 |
| 43 | 0.056 mm | 약 435 Ω/m | 약 7.0~7.8 | 빈티지 텍사스 계열 표준 |
| 44 | 0.050 mm | 약 553 Ω/m | 약 8.8~9.8 | 고저항, 작업 난이도 높음 |
수치를 보면 DCR이 높아질수록 출력이 세진다는 통념은 절반만 맞습니다. DCR이 높다는 것은 코일 임피던스가 높다는 뜻이기도 해서, 오히려 고역 감쇠 → 체감 출력이 두꺼워 보이는 효과에 가깝습니다. 순수한 출력(EMF)은 자석 강도와 자속 변화량에 더 크게 의존합니다.
통념 B — “가는 와이어 = 더 밝은 소리”
직관적으로는 가는 와이어(44AWG)가 더 잘 감기니까 같은 부피에 더 많이 감을 수 있고, 권선 수 증가 → 더 강한 소리처럼 들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소리 특성에서 AWG의 핵심 역할은 인덕턴스(L)와 정전 용량(C) 에 있습니다.
인덕턴스(L) 는 코일이 교류 신호에 반응하는 정도입니다. 권선 수가 많아질수록, 코어 자석이 강할수록 올라갑니다. 정전 용량(C) 은 코일 자체가 축전기처럼 작용하는 효과 — 와이어가 가늘어 레이어가 촘촘할수록 권선 간 정전 용량이 커집니다.
AWG별 L·C·공진 피크 경향 (싱글코일 실측 집계, 복수 독립 측정 기준)
| AWG | 인덕턴스 L (H, 대략) | 권선 간 정전 용량 C (pF, 대략) | 공진 피크 (kHz) | 음색 경향 |
|---|---|---|---|---|
| 42 | 1.5~2.2 H | 50~80 pF | 7~9 kHz | 고역이 열림, 공기감 |
| 43 | 2.0~3.0 H | 80~120 pF | 5~7 kHz | 중역 밀도 증가 |
| 44 | 2.5~3.8 H | 110~160 pF | 4~6 kHz | 고역 롤오프 뚜렷, 두꺼운 질감 |
공진 피크(resonant peak) 란 픽업의 LC 회로(인덕턴스 + 정전 용량의 조합)가 특정 주파수에서 임피던스가 최대가 되는 지점으로, 이 주파수 주변이 소리에서 가장 강조되는 대역입니다. 공식으로는 f = 1 / (2π√LC) 입니다.
따라서 “44AWG = 더 밝다”는 것은 틀린 통념입니다. 44AWG는 권선 수 동일 기준으로 정전 용량이 가장 크고 공진 피크가 가장 낮아 오히려 고역이 더 일찍 감쇠됩니다.
통념 C — “AWG 와 DCR 만 맞추면 소리가 같다”
픽업 교체 시 “DCR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DCR이 같아도 AWG가 다르면 소리가 달라집니다.
예: 42AWG 9,500 turns ≈ DCR 6.0 kΩ / 43AWG 7,500 turns ≈ DCR 6.0 kΩ — DCR은 같지만 권선 수와 AWG 조합이 달라 L·C·공진 피크가 모두 다릅니다.
DCR 동일(약 6.0 kΩ)에서 AWG별 소리 특성 차이
| 조합 | 권선 수 (대략) | 인덕턴스 경향 | 공진 피크 경향 | 체감 차이 |
|---|---|---|---|---|
| 42AWG / 9,500 t | 9,500 | 낮음 | 높음 (8~9 kHz) | 고역 개방감 |
| 43AWG / 7,500 t | 7,500 | 중간 | 중간 (6~7 kHz) | 중역 집중 |
| 44AWG / 5,900 t | 5,900 | 높음(상대) | 낮음 (5~6 kHz) | 두꺼운 질감 |
유튜브 데모 측정 영상(예: Lollar, Fralin 등 픽업 제조사 공개 데이터)에서 노이즈 플로어 외 공진 피크 위치가 AWG별로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측정 장비 기준으로는 LCR 미터(L·C·R 세 값을 동시 측정하는 계측 장비) + 오디오 분석기 조합이 일반적입니다.
스쿨뮤직 보유 픽업으로 실제 확인 가능한 비교
Seymour Duncan Antiquity 시리즈는 AWG·권선 수 조합이 다른 여러 제품이 동시에 유통 중이라 비교 기준점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 제품 | AWG (추정) | DCR 측정치 | 공진 피크 대역 | 포지션 |
|---|---|---|---|---|
| Antiquity Texas Hot Strat Neck | 43 | 6.0~6.5 kΩ | 6~7 kHz | 넥 |
| Antiquity Texas Hot Strat Bridge | 43 | 7.0~7.5 kΩ | 5~6 kHz | 브릿지 |
| Antiquity II Telecaster Bridge | 43 | 8.5~9.5 kΩ | 4~5 kHz | 브릿지 |
| Antiquity II Suffer Strat Neck | 44 | 7.0~7.8 kΩ | 4~6 kHz | 넥 |
같은 43AWG라도 Tele 브릿지처럼 권선 수가 많아지면 DCR이 올라가고 공진 피크가 낮아지는 패턴을 실 제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4AWG 적용 모델(Antiquity II Suffer)은 동급 DCR 대비 정전 용량이 높아 공진 피크가 더 낮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픽업 교체 전 확인할 수치 3가지
픽업을 AWG 관점으로 비교할 때 제조사 스펙 시트나 독립 측정 데이터에서 아래 세 가지를 함께 보는 것이 데이터 판단의 기본입니다.
- DCR (kΩ) — 직류 저항. 출력의 간접 지표지만 단독 판단은 한계 있음.
- 인덕턴스 L (H) — 제조사가 공개하면 공진 피크 계산 가능. 비공개가 많아 LCR 미터로 직접 측정이 정확합니다.
- 공진 피크 주파수 (kHz) — 음색 대역의 핵심 지표. 스펙 시트에 없으면 측정 영상·독립 리뷰 참고.
“DCR 몇 kΩ이 좋은가요”라는 질문이 매장에서 자주 들어오는데, DCR 단독 수치보다 AWG와 권선 수 조합, 그리고 공진 피크 측정치를 함께 보는 것이 선택 정확도를 높입니다.
정리 — AWG 별 선택 기준 한 줄씩
- 42AWG → 권선 수를 높여도 공진 피크가 높게 유지 → 고역 개방감이 필요한 펑크·컨트리·클린 클래식 록
- 43AWG → 빈티지 블루스·SRV 계열 텍사스 톤의 표준 게이지. DCR 7~8 kΩ 대역에서 중역 밀도와 고역 균형
- 44AWG → 고역 롤오프가 뚜렷해 재즈·두꺼운 크런치 톤 선호 시. 단, 단선 위험으로 공장 감기 품질 편차 체크 필요
다음 정리에서는 알니코 II·III·V·VIII 자석 종류별 자속 밀도와 DCR이 같을 때 출력·컴프레션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 데이터로 이어서 다루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