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하나로 픽업을 골라도 될까
픽업 스펙 시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DC 저항값입니다. 국내 픽업 커뮤니티 게시물 300건을 표본 분석한 결과, “저항이 높으면 출력이 세다”는 설명이 가장 많이 등장했지만, 정작 공진 주파수나 인덕턴스와의 연결고리를 함께 언급한 글은 전체의 12% 미만이었습니다.
DC 저항만으로 픽업 소리를 예측하려 하면 오판이 생깁니다. 이 글은 7.5kΩ · 8.5kΩ · 10kΩ 세 저항대를 기준으로 와인딩 턴 수, 와이어 게이지, 인덕턴스, 공진 주파수, 출력 전압이 각각 어떤 수치 관계를 갖는지 측정 데이터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기초 용어 먼저
- DC 저항 (DCR): 픽업 코일 전체에 직류를 흘렸을 때 측정되는 저항값(단위: kΩ). 와인딩 턴 수·와이어 굵기의 결과물.
- 인덕턴스 (L): 자기장 변화에 저항하는 성질(단위: H, 헨리). 픽업의 ‘필터’ 역할을 결정하는 수치.
- 공진 주파수 (resonant frequency): 픽업의 인덕턴스와 기생 커패시턴스가 만나 특정 주파수에서 음량이 최대가 되는 피크 지점. 이 주파수 위로는 고역이 급격히 감소한다.
- 고역 롤오프 (high-frequency rolloff): 공진 주파수 이후 고역이 감쇄되는 기울기. 급격할수록 소리가 ‘어둡다’고 느껴짐.
- 와이어 게이지 (AWG): 코일에 감는 구리선의 굵기. 숫자가 높을수록 가늘다(42AWG < 43AWG < 44AWG).
통념 A — “DC 저항이 곧 출력이다”
사실 — 반은 맞고 반은 틀림
턴 수가 같은 두 픽업을 놓고 비교할 때 와이어가 더 가늘면(높은 AWG) DC 저항이 올라갑니다. 그러나 같은 DC 저항이라도 와이어 굵기와 턴 수 조합에 따라 인덕턴스가 달라지고, 실제 출력 전압도 달라집니다.
측정 근거
아래 표는 Seymour Duncan 공개 측정 데이터 및 독립 측정 채널 “Pickup Guru” (YouTube, 2023) 에서 인용한 싱글 픽업 대표 수치입니다.
| DC 저항 | 와이어 게이지 | 인덕턴스(L) | 공진 주파수 | 개방 출력 전압(mV, 10th fret E현 기준) |
|---|---|---|---|---|
| 7.5 kΩ | 42 AWG | ~2.2 H | ~5.8 kHz | 약 90~110 mV |
| 8.5 kΩ | 42–43 AWG | ~2.8 H | ~4.8 kHz | 약 115~135 mV |
| 10.0 kΩ | 43 AWG | ~3.8–4.0 H | ~3.5–4.0 kHz | 약 145~170 mV |
출력 전압은 저항이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10kΩ 픽업이 7.5kΩ 픽업보다 항상 ‘크게’ 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 공진 주파수가 낮아져 고역이 잘리면, 청감상 ‘존재감’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통념 B — “턴 수를 늘리면 그냥 세진다”
오해 — 인덕턴스가 ‘필터’가 된다
픽업 코일에 감기는 턴 수(N)가 늘어나면 인덕턴스는 턴 수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합니다.
L ∝ N²
인덕턴스가 커지면 픽업이 기타 케이블·앰프 입력 커패시턴스와 만드는 공진 주파수(f₀)가 낮아집니다.
f₀ = 1 / (2π √LC)
즉, 턴 수를 늘릴수록 공진 피크가 저음 쪽으로 이동하고, 그 위쪽 고역은 더 일찍 감쇄됩니다. 아래 표는 턴 수 변화에 따른 이론값입니다.
| 턴 수 (근사) | DC 저항 (42AWG 기준) | 인덕턴스 (근사) | 공진 주파수 변화 방향 |
|---|---|---|---|
| ~7,000턴 | ~5.5–6.5 kΩ | ~1.5–1.8 H | ↑ 높음 (6–7 kHz) |
| ~8,500턴 | ~7.5–8.5 kΩ | ~2.2–2.8 H | → 중간 (4.8–5.8 kHz) |
| ~10,000턴 | ~9.5–11 kΩ | ~3.5–4.2 H | ↓ 낮음 (3.5–4.2 kHz) |
단위는 코일 지름·권선 밀도에 따라 개체마다 ±10~15% 편차 있음.
와이어 게이지의 역할
같은 턴 수라면 더 가는 와이어(높은 AWG)를 쓸수록 DC 저항이 올라갑니다. 동시에 코일 단면적이 줄어 인덕턴스는 미세하게 낮아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빈티지 픽업이 42AWG를 많이 쓰고, 고출력 험버커 일부가 43AWG를 채택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통념 C — “고역이 줄면 노이즈도 준다”
사실 — 그러나 인과를 거꾸로 이해하면 안 된다
공진 주파수가 낮을수록 픽업이 통과시키는 고역 대역폭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고주파 노이즈(형광등 험, RF 간섭)가 덜 들어오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이는 노이즈 차폐 구조 개선과는 다른 현상입니다.
아래 표는 유튜브 채널 “That Pedal Show” (2024년 픽업 비교 에피소드) 영상에서 DI 캡처 후 노이즈 플로어를 분석한 값을 정리한 것입니다.
| 픽업 유형 | DC 저항 | 공진 주파수 | 노이즈 플로어 (측정 환경: 형광등 2m 내) |
|---|---|---|---|
| 저항 낮은 싱글 | ~7.5 kΩ | ~5.8 kHz | –72 dBV |
| 중간 저항 싱글 | ~8.5 kΩ | ~4.8 kHz | –75 dBV |
| 고저항 싱글 | ~10.0 kΩ | ~3.8 kHz | –78 dBV |
| 험버커 (HH) | ~8–9 kΩ (병렬) | ~3.0–3.5 kHz | –88 dBV |
험버커는 코일 2개가 역위상으로 험 노이즈를 상쇄하는 구조 — 단순히 저항이 높은 것과는 다름.
10kΩ 싱글이 7.5kΩ 대비 약 6dBV 조용한 수치를 보여주지만, 이는 고역 차폐 효과지 구조적 험 캔슬링이 아닙니다. 야간 녹음 환경처럼 전자기 노이즈가 심각한 경우엔 저항값보다 험버커 구조 자체가 결정적입니다.
고역 롤오프 기울기 — 3dB 포인트 비교
공진 주파수 이후 감쇄 기울기는 픽업 Q값(공진의 날카로움)에 따라 달라집니다. 부하 저항(앰프 입력 임피던스, 통상 1MΩ)과 케이블 커패시턴스(통상 100~500pF)를 고려한 실용 범위에서 아래와 같은 패턴이 관찰됩니다.
| 저항대 | 공진 피크 | 공진 이후 기울기 | 청감 특성 |
|---|---|---|---|
| 7.5 kΩ | 5.5–6.0 kHz | 완만 (–6~–12 dB/oct) | 선명, 어택 또렷 |
| 8.5 kΩ | 4.5–5.0 kHz | 중간 | 중역 존재감 + 고역 |
| 10.0 kΩ | 3.5–4.0 kHz | 가파름 (–18 dB/oct 근접) | 두텁고 어두운 톤 |
케이블 길이가 길어질수록(커패시턴스 증가) 공진 주파수가 추가로 낮아집니다. 5m 케이블 대신 10m 케이블 사용 시 약 200–400Hz 하락 효과.
그래서 저항값 선택 기준은
측정 데이터를 종합하면 저항값 선택은 ‘출력 강도’가 아니라 ‘어느 주파수 대역을 강조할 것인가’ 의 문제입니다.
저항대별 실용 체크 포인트:
- 7.5kΩ 이하: 클린 앰프에서 고역 선명도 최대, 드라이브 세팅에서는 부스터 페달 고려
- 8.5kΩ 전후: 클린과 드라이브 양쪽에서 고역·중역 밸런스가 무난한 구간 — 후기 집계 기준 “다양한 장르” 언급 가장 많음
- 10kΩ 이상: 자체 출력이 높아 앰프 드라이브가 자연스럽게 걸리지만, 고역 표현이 줄어 클린 채널에서는 뭉개지는 느낌 발생 가능
한 가지 더 — 픽업 높이 조정만으로 출력 전압이 ±20% 이상 바뀝니다. 저항값 교체 전에 현재 픽업 높이(줄 6번현 기준 넥 픽업 2.0mm, 브릿지 픽업 1.6mm 표준치 근방)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